- 은퇴 후 첫 일본 미디어 단독 인터뷰 -
2017년 10월 17일 일본 야후 재팬에 한국의 축구영웅 박지성의 단독 인터뷰가 올라왔다. 개인으로 활동하는 스포츠 기자인 타케히로가 야후 재팬의 지원을 받아 쓴 기사였다. 네이버에서 스포츠 선수(류현진, 추신수 등) 인터뷰를 연재하는 이영미 기자, 몇 년 전 다음에서 MLB 소식을 전해주는 조미예 기자(현재는 MK소속) 같은 역할인 것 같았다. 박지성 선수는 한국에서도 은퇴 후 언론에 노출 된 적이 별로 없었다.
친분이 있는 배성재 아나운서가 개인 SNS로 간간히 소식을 전해주는 상황이다. 기사를 쓴 타케히로는 한국과 관련된 스포츠 기사를 많이 쓰는데 어떤 인연이 있어서 인터뷰를 한 것 같았다. 인터뷰의 주요 내용은 최근 근황과 일본 축구선수 평가, 월드컵 전망 등이다. 연재 시리즈인데 1부만 올라온 상태이다. 인터뷰 내용을 요약해 보겠다.
영국에서 일본 언론과 인터뷰하는 박지성
박지성(36)은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한 축구선수 중 하나다. 1981년에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 J리그 교토 상가에서 프로 데뷔를 했다. 이후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퀸즈 파크 레인저스에서 활약하고 은퇴했다. 맨유에서 있던 7시즌 동안 프리미어 리그 우승 4회, 챔피언스 리그 우승 1회를 달성했다. 한국 국가대표로 02, 06, 10년 월드컵에 출전했고 3회 연속 골을 넣었다.
박지성은 2014년 5월 현역에서 은퇴했다. 오른쪽 무릎 부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른 은퇴(당시 33세)를 아쉬워했지만 본인의 의지가 워낙 확고했다. 현재는 현역 은퇴 후 결혼 한 아내 그리고 외동 딸 연우와 함께 런던에서 살고 있다. 박지성 선수는 필요 이상 눈에 띄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언론 노출이 많지 않다. 한국의 미디어와의 인터뷰도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런데 박지성 선수가 영국 런던에서 단독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필자의 기억이 맞는다면 은퇴 후 일본 미디어와의 단독 인터뷰는 처음이다. 2010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한일전에 앞서 열린 미디어 데이 행사 이후 처음인 것이다.
질 :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웃음). 현재 근황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박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앰버서더(대사)로 아시아 각국에서 열리는 행사와 축구 교실에 참여하거나 AFC(아시아 축구연맹)의 사회 공헌 분과 위원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올해 7월부터 IFAB (국제축구평의회)의 자문위원이기도 했기 때문에 회의 참석을 위해 칠레에도 갔었습니다.
물론 한국에도 여러 번 갔었습니다. 현재 이사를 맡고 있는 'JS 재단'이 주최하는 청소년 축구 대회와 자선 활동이 있었으니까요. 여기저기 외부 활동을 다녔으며, 집에 와서는 아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질 : 축구 레전드도 육아를 하는 것이군요?
박 : 네. 딸을 데리고 현지 육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집안일도 도와주고 있습니다. 딸의 기저귀도 갈아 주고 있으며, 요리도 만들고 있습니다. (웃음)
질 : 6월에는 맨유 레전드의 일원으로서, 호나우두, 히바우두, 에드가 다비즈 등 바르샤 레전드와 자선 경기를 했습니다. 그때 경기를 볼 때 지금 현역 복귀도 가능하지 않습니까?
박 : 자선 경기에 참여하는 것은 큰 영광입니다. 그 당시 경기도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자선 경기를 위해서 특별한 준비나 훈련은 하지 않았습니다. 체력은 아직 은퇴한지 3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괜찮아 보였을 겁니다. 다만 아직도 무릎이 좋지 않기 때문에 현역 복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1경기 정도는 어떻게든 뛸 수 있겠지만 1년 내내 경기를 뛰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런 자선 경기를 통해 관중들을 만나는 것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질 : 요즘 축구는 보고 있는지요?
박 : 물론입니다. 현재 런던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티비 뿐만 아니라 경기장에 자주 방문하여 직접 경기를 보고 다닙니다. 주로 보는 것은 맨유 경기와 프리미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의 경기이지만, 오카자키 신지와 요시다 마야 선수의 경기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넓게 유럽으로 본다면 카가와 신지 선수도 맨유 출신이어서 관심이 있고요, 하세베 선수는 아직 독일에서 뛰고 있는 거죠? 최근에 무토와 아사노 선수지요? 일본에서 새로운 선수가 계속해서 유럽에 진출해 경기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질 : 무토와 아사노 까지 알고 있다니 조금 놀랍네요.
박 : 자세히 체크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사에 나오면 궁금해서 찾아보게 됩니다. 아시아 선수에 관심이 있고, 특히 저는 J 리그에서도 선수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일본 축구의 동향에 큰 관심이 있습니다.
질 : 프리미어에서 뛰는 일본 선수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박 : 요시다 선수는 사우스 햄프턴과의 계약을 연장했다고 하지요? 저는 이것을 굉장히 높게 평가해요. 프리미어리그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템포가 빠르고 몸싸움도 치열합니다. 요시다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6 시즌동안 생존했고 거기다 계약 연장까지 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오카자키 선수도 대단합니다. 오카자키 선수는 재작년 레스터시티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 할 때 크게 공헌 한 선수입니다. 현재 감독이 바뀌었지만 계속 팀의 확실한 전력으로 뛰고 있다는 사실은 일본 축구뿐만 아니라 아시아 축구 전체의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질 : 예전과 비교할 때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시아 선수에 대한 평가는 바뀌었습니까?
박 : 정말 많이 좋아 졌습니다. 제가 맨유에 입단하기 전까지 프리미어에서 뛰고 있던 선수는 중국의 쑨 지하이 (맨체스터 시티), 리티 예 선수 (에버 튼)였습니다. 두 선수 모두 프리미어리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기에 아시아 선수에 대한 평가는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국 선수나 일본 선수가 와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프리미어리그에 와서 결과를 남기지 못한 선수도 있지만 끊임없이 아시아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 와서 뛰고 있기에 아시아에도 프리미어 수준의 선수는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질 : 아시아 선수의 평가를 크게 바꾼 것이 박지성씨라 생각합니다.
박 : 아니오. 저 이외에도 유럽에 도전 한 선배들이 많기에 저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제가 크게 다루어지는 것은 맨유 덕분인거 같아요. (웃음). 제가 뛰던 시기에 맨유는 많은 우승을 달성했고 아시아인인 제가 있었기 때문에 화제가 되었을 뿐입니다.
인식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연속성이에요. 한명 또는 두 명의 선수가 눈에 띈다고 해서 대중의 인식이 바뀌지 않습니다. 한 순간의 빛은 기억에서 지워지는 것도 빠릅니다. 많은 선수들이 활약하고 그 계보가 지속되어야만 유럽에서 아시아 축구에 대한 인식도 개선 될 것입니다.
아시아에 대한 평점이 높아지면 한국과 일본의 새로운 선수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유럽에 도전 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시아 선수들은 그런 미래의 환경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각각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 : 유럽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은 박지성 선수와 자주 만나 박 선수의 경험과 조언을 듣기 쉽습니다. 일본의 유럽 파 선수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박 : 각자의 소속 클럽에서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조언을 하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지만, 한 가지를 말한 다면 언어를 배우라고 이야기 하고 싶어요. 한국 선수들에게도 입이 아프도록 하는 말입니다. 말을 할 줄 알아야 동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전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겸손이 미덕이지만 여기에서는 자기주장을 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통역을 통해 대화를 하면 미묘한 뉘앙스를 알아채기 어렵고 동료와 감독과의 거리도 가까워지지 않습니다. 정말 중요할 때가 아니면 가급적 통역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언어를 배우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다소 문법과 단어가 틀려도 마음과 뜻은 전달됩니다. 앞으로 프리미어리그나 유럽에 진출하는 선수들은 언어를 마스터할 생각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네요.
질 : 지금 일본 대표팀에 대해서는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나요?
박 : 일본 대표 팀의 경기 결과는 확인하고 있습니다. 최종 예선 초반에 경기를 지거나 여러 비판과 불안요소를 노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최종 예선을 조 1 위로 통과 하고 러시아 월드컵에 티켓을 얻어냈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본 대표는 기복이 없다고 할까요. 한국 대표는 기복이 너무 심합니다. 일본은 대표팀 운영이 체계적이며 뛰어난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합니다. 그런 확실한 기반이 있기 때문에 성적이 확 떨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매우 좋은 현상이라 생각 합니다.
질 : 일본 대표 팀의 감독은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할리호지치 감독입니다. 점유율을 중시하는 일본 축구에 공격을 중시하는 할리호지치 감독 스타일의 도입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 : 할리호지치 감독이 지휘하는 일본 대표팀의 경기를 자세히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통틀어 말할 수 없지만 축구의 트랜드라는 것은 항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비 전술이 3백이었다가 4백으로 변하고 다시 3백으로 변하는 것 같이 말이죠. 저는 현대 축구의 그 변화와 흐름을 얼마나 정확하게 읽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팀이 가진 장점에 세계 축구 흐름에 맞는 플러스 알파를 도입하는 감독이야 말로 좋은 능력을 가진 지휘관이 아닐까요?
질 : 할리호지치 감독이 그런 능력을 가진 감독이라 생각하십니까?
박 : 그것은 나도 모릅니다. 할리호지치 감독과 안면이 있거나 연습이나 시합을 해 본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마지막 포즈를 취한 사진이다.
질 : 러시아 월드컵에서 일본 대표 팀의 성적을 예상하면 어떨까요?
박 : 한국과 일본은 세계 수준의 강팀과의 경기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수준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세계의 강팀들과의 격차가 좁혀 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아시아권 국가가 없었습니다. 아직 러시아 월드컵 조 편성이 마무리 된 것은 아니지만 4년 전 확인된 차이가 좁혀 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질 : 그럼,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 국가들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 까요?
박 : 강팀과의 격차를 하루아침에 따라 잡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경기하기 전부터 포기하거나 필요 이상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정된 기간 동안 강팀들과 경기를 치루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축구는 개인이 아닌 조직으로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개별 선수의 능력보다 팀 전체로서의 자신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부분을 준비하는 것이 러시아 월드컵에서 성적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많이 보았던 박지성 선수의 인터뷰답게 신중한 답변이 많았다. 일본 언론이 질문할 것에 대한 답변도 미리 준비한 것처럼 보인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 2부도 올려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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