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함도 후기

- 제2의 태양의 후예, 송중기를 위한 영화 -

 영화 군함도를 보고 왔다. 덩케르크를 보고 탈출 소재 영화는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최근 논란이 많아 한번 보러 갔다. 영화를 보니 영화가 생각했던 것 보다 재미가 없어서 논란이 생긴 것 같았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덩케르크 보다는 낫지만 크게 재밌지는 않았다. 그냥 볼 만 한 정도다.

 굉장히 많은 제작비를 투입했음에도 논란이 생긴 것은 탈출이라는 소재의 한계 때문이다. 류승완 감독은 실제로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란 곳에 갇혔다가 탈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히어로를 투입해 탈출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히어로 역을 맡은 송중기가 굉장히 멋있게 나온다. 태양의 후예 영화판이라 할 수 있다.

 영화에 대한 논란은 역사적 사실, 스크린 독점, 재미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실제 영화를 보면 내용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영화에서 나오는 것보다 더 많은 고초를 겪은 것을 표현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현 영화를 통해서도 강제 징용된 노동자들의 어려움이 느껴진다. 이 정도 표현한 것도 충분히 고통스러웠다.

 스크린 독점은 아마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영화라 그런 것 같다. (이것 때문에 관객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것 같다.)마지막으로 재미인데 제한된 소재를 가지고 재미를 만들어 내기 위한 감독의 노력이 보였다. 류승완 감독이 잘 쓰는 액션신이 두 군데 들어갔다. 목욕탕에서 조선인 감독관 자리를 노리기 위한 싸움, 마지막 탈출할 때 벌어지는 총격전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류승완 감독의 장기도 무거운 소재 때문에 빛이 바랬다.

 간단히 스토리를 요약해 보겠다. 일제 강점기의 막바지, 악단장인 황정민과 건달 소지섭 등은 총동원령에 의해 군함도로 강제 징용된다. 그곳은 일본인과 조선인이라는 계층이 구분된 지옥의 섬이었다. 일본인은 조선인들을 차별적으로 대우했고 일제는 앞잡이 조선인들을 통해 관리했다. 한편 이곳에 독립운동가가 징용된 사실을 알고 광복군은 요원(송중기)을 파견하여 그를 구출하려 한다.

 요원은 독립 운동가를 접선하고 그를 구하기 위해 작업을 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 후 요원의 목표는 독립운동가의 구출이 아닌 군함도 조선인의 구출로 목표를 바꾸게 된다. 영화 스토리는 일제 강점기 시절 있었던 독립운동에 대한 노선 갈등, 민족 배반자의 모습, 일본의 교묘한 술책, 민족 배반자이자 독립운동가 역할을 하는 이율배반 적인 모습 등이 녹아있다.

 제작비를 많이 투입했기에 영화적인 볼거리는 충분한 편이다. (논란처럼 최악의 영화는 아니다.) 다만 황정민의 마지막 모습은 영화 신세계의 장청과 비슷해 보였다. 다작을 하는 배우라 캐릭터가 비슷비슷해 보인다. 영화를 보고 나선 군함도를 어떻게 만들었어야 했나? 하는 질문이 떠오른다. 군함도란 소재를 가지고 모두를 만족 시킬 영화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다.

 내 생각은 상업영화로서는 어려울 것 같다. 일단 소재가 무겁기에 상업 영화는 어렵고 선·악의 대립을 극명하게 만들어 다큐 형식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다큐 형식은 흥행이 어려울 듯 하다. 아니면 영화 명량 또는 히말라야, 택시 운전사 처럼 잔잔하게 만들어서 입소문이라도 좋게 만들었어야 했다. 홍보 인터뷰도 철저하게 애국 위주로 가야 한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 관객을 놓친다. 영화 군함도의 교훈이다.